2026. 5. 24. 19:29ㆍ인간관계
어제는 집안 제사 날이었다.
밤늦게까지 정신없이 움직였다.
음식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이어지다 보니, 하루 종일 휴대폰 볼 틈조차 없었다.

밤 9시가 조금 넘어 방에 들어와 사람들 먹을 것을 챙기려고 다이소에서 사두었던 시장바구니를 찾다가,
그제야 휴대폰을 열어봤다.
그런데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순간 불쾌감이 올라왔다.
주말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전화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는 아직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오래전부터 인간관계에 일정한 선을 두고 살아왔다.
집안 분위기의 영향도 있지만, 오랜 신문사 생활 속에서 굳어진 습관도 크다.
특별한 용건이 아니면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의미 없는 수다를 위해 시간을 소비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냉정한 사람은 아니다.
길에서 누군가 손을 벌리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도움을 요청하면 외면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다만 나는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 또한 중요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연락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늦은 밤 전화하는 사람들.
술자리에서 갑자기 돈 보내달라고' 밤 10시 넘어서 연락하는 사람들.
인맥이 다 연결되어 있어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
"돈 10만원 보내달라고 했더니, 쫀쫀하게 거절하더라"
돈 보내라는 사람에 비하면, 새벽부터 쉴 새 없이 카톡 보내는 사람들은 그나마 낫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들을 볼 때마다 결국 살아온 환경과 삶의 태도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도 한 단체에서 유명하다는 목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단체의 이사장과 연결되어 있어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화 내용은 늘 비슷했다.
끝없는 자기 이야기, 자기 자랑.
한 번 통화하면 30분은 기본이었다. 길면 1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 것.
카톡은 몇 시간 뒤 짧게 답장했다.
그렇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전화는 사라졌고,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안부만 묻는다.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는 필요하다.
핸드폰 시대가 열리면서 밤 12시 넘어서, 그리고 새벽 4~5시부터 안부 카톡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에 열 번 넘게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일일이 반응했지만, 이제는 나도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배웠다.
아침에 한 번 답장하고, 오후에 다시 짧게 답장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보냈던 메시지를 삭제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정말 배려 깊은 사람들도 있다.
우리 교수님은 카톡 꼬리 물기를 절대 하지 않으신다.
한 번의 메시지로 끝낸다.
건축 일하는 대표, 인터뷰 때문에 알게 된 한의사, 신문사 선배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분들을 보면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남에게 민폐를 주지 않는 것이다.
특히 새벽이나 늦은 밤, 주말과 공휴일에 불필요한 연락을 자제하는 것.
그것은 거창한 예절이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 배려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밥상머리 예절’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특히 끊임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한 피로감이 쌓인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심리상담처럼 시간당 비용을 내고 자랑을 해야 한다면, 과연 그렇게 끝없이 자기 이야기만 할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의 평안이다.
내 마음이 편안해야 가정도 평화롭고, 인간관계도 건강하게 유지된다.
그리고 그런 작은 배려와 예절 하나가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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