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야채전

2024. 12. 16. 18:34요리

반응형

고구마, 당근, 고추, 양파, 오징어 야채전

 

10, 시골집에 심은 고추와 가지를 따고 고구마를 캐러 갔다. 아삭이 고추 모종은 얼마 심지 않았는데, 정말 많이 열려서 몇 번 따다 먹었고, 고춧잎도 다 따왔다. 가지는 팔뚝만 하게 큰 건 다 버리고, 그래도 기념 삼아 2개만 가지고 왔다.

지금 석 달째, 매일 먹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야채전. clara_P

 

◆재로 한번 만들면, 3일 먹을 수 있어

그래도 고구마를 제일 많이, 한 줄이나 심어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수확한 것은 30여 개밖에 안 되었다. 그동안 물도 안 주고, 잡초도 안 뽑아주고, 흙 두덩을 높이 해줘야 한다는데 그런 것도 몰라서 안 해줬으니, 수확량이 적은 건 당연한 일이다.

 

막상 고추를 따보니 냉장고 야채 박스 한 칸을 다 채울 정도로 많았다. 제때 수확하지 않아 거세졌고, 빨간색으로 변한 고추도 많아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잘게 썰어 전을 부치기로 했다.

 

왕고구마 2, 당근 2개를 채 치고, 고추 3~5와 큰 양파 1~2, 냉동 오징어채를 잘게 썰고, 밀가루와 소금, 물은 최대한 조금 넣고 버무렸다. 그런데 그 전이 그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 10월 초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안 거르고 먹고 있다. 신기한 것은 몇 번 먹으면 먹기 싫을 줄 알았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어서 그만 먹기도 참 애매하다.

 

아침 먹기 전에 사과, 블루베리, 오렌지를 먼저 먹은 후,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 그리고 아는 박사님이 만들어준 환을 180ml 두유와 함께 먹는다. 환도 100개를 거의 다 먹어서 이제 몇 개 안 남았다. 야채전은 처음에 만들기가 좀 번거로워도 한번 해놓으면 두 사람이 3일 정도 먹을 수 있다. 아침 일찍 7시 전에 출근하는 사람은 못 먹고, 그 후에 출근하는 사람만 먹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재료가 좀 바뀌기도 한다. 양파가 없어서 대파 2개를, 또 청양고추 2~3개를 넣었더니 약간 매콤한 맛이 더해 풍미가 더 살아났다. 식구들 중 오징어 넣는 것을 안 좋아해 지난번 사 온 냉동 오징어채만 다 먹으면 그냥 야채만 넣어서 먹으려고 한다. 오징어 대신 다른 야채를 하나 더 넣을까도 생각 중이다. 

 

취향 따라 다양한 재료 선택

시골에서 캐온 고구마는 얼마 되지 않아 다 먹고 인터넷으로 10kg씩 주문해 먹고 있는데, 엊그제 3번째 고구마가 도착했다. 처음에 고구마를 잘못 사는 바람에 거의 반이 썩어서 고객센터에 말했더니, 1박스를 무료로 보내준다고 해서 거절했다. 고구마 재배한 농부들도 돈 벌려고 하는 일인데 너무 많이 썩어서 속상했지만, 밤고구마여서 맛있게 잘 먹었다. 고구마 캐는 일이 엄청 힘들고, 또 그렇게 힘들게 일군 작물을 무료로 받는다는 것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다. 차라리 조금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낫다.

 

그 후 다른 곳에서 주문했더니 썩은 게 있어 봐야 1~2개 정도로 좋았다. 당근은 조금씩 마트에서 사다 먹다가 어느 날 당근이 매진되어 못사는 바람에 10kg씩 주문해서 먹는다. 고구마하고 같이 지난주에 주문했는데, 아직도 안 오고 있다. 다행히 해외 출장 간 식구 2명이 내일 귀국해서 내일까지만 오면 된다. 배송 문자를 받았으니 그리 걱정 안 해도 된다. 

 

당근이 10kg 정도 되니까 야채 박스에 꽉 찬다. 당근은 전 부쳐 먹는 것 외에도 기름에 볶으면 식구들이 좋아해서 빠트리지 않고 먹고 있다. 아무튼 시골에 심은 작물을 빨리 소비하려고 만들었던 야채전이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식사 대용으로 자리 잡았다.

 

야채전에는 버섯, 깻잎, 호박, 파프리카 등 좋아하는 식재료를 넣으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야채전을 자주 먹으면서 걱정되는 것은 기름인데, 집에 있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와 추석 때 선물로 받은 카놀라유를 사용하고 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의 발화점은 약 160~190°C, 정제 올리브유는 약 200~240°C, 카놀라유는 약 200~230°C.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발화점이 낮아서 아주 약한 불에서 사용해야 하지만, 그래도 바삭바삭하다. 현재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가격이 너무 올랐고, 마음 놓고 전을 부쳐 먹을 수도 없어 다음에는 정제 올리브유를 사려고 한다.

 

11월부터 시골집에서 수확해 온 고추를 다 먹어서 아삭이 고추를 뺀, 당근 2, 고구마 작은 거 6~7, 대파 2, 오징어채, 청양고추 2~3개로 재료를 바꿨다.

우리는 먹는 것으로 병이 들기도 하고, 결국 먹는 것으로 병을 고치기도 한다. clara_P

 

야채전 재료 영양성분

1. 고구마: 칼로리 100g당 약 86kcal/ 탄수화물 20.1g/ 단백질 1.6g/ 지방 0.1g/ 식이섬유 3g/ 비타민 A 709μg/ 비타민 C 2.4mg/ 칼륨 337mg/ 칼슘 30mg/ 철분 0.6mg

 

2. 당근: 칼로리 100g당 약 41kcal/ 탄수화물 9.6g/ 단백질 0.9g/ 지방 0.2g/ 식이섬유 2.8g/ 비타민 A 835μg/ 비타민 C 5.9mg/ 칼륨 320mg/ 칼슘: 33mg/ 철분 0.3mg

 

3: 대파: 칼로리 100g당 약 32kcal/ 탄수화물 7.3g/ 단백질 1.8g/ 지방 0.2g/ 식이섬유 2.6g/ 비타민 A 997IU/ 비타민 C 18.8mg/ 비타민 K 207μg/ 칼륨 180mg/ 칼슘 72mg/ 철분 0.8mg

 

4. 양파: 칼로리 100g당 약 40kcal/ 탄수화물 9.3g/ 단백질 1.1g/ 지방 0.1g/ 식이섬유 1.7g/ 비타민 C 7.4mg/ 칼륨 146mg/ 칼슘 23mg/ 철분 0.2mg

 

5. 아삭이 고추: 칼로리 100g 기준 20 kcal/ 탄수화물 4.64g/ 단백질 0.86g/ 지방 0.17g/ 식이섬유 1.7g/ 칼슘 175mg/ 나트륨 3mg/

 

6. 청양고추: 칼로리 100g 기준 31 kcal/ 탄수화물 7.01g/ 단백질 1.53g/ 지방 0.3g/ 식이섬유 4.7g/ 칼슘 290mg/ 나트륨 1mg

 

7. 오징어채: 칼로리 100g 기준 282 kcal/ 탄수화물 22.79g/ 단백질 39.31g/ 지방 2.41g/ 칼슘 270mg/ 나트륨 1123mg

 

8.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칼로리 100g 기준 884 kcal/ 탄수화물 0g/ 단백질 0g/ 지방 100g/ 포화지방 14g/ 불포화지방 73g/ 트랜스지방 0g/ 비타민 E 14mg/ 비타민 K 60μg/ 오메가-3 지방산(100g 당 약 0.5~10g) /오메가-6 지방산(100g 당 약 3.5~12g)

 

9. 카놀라유: 칼로리 100g 기준 884 kcal/ 탄수화물 0g/ 단백질 0g/ 지방 100g/ 포화지방 7g/ 불포화지방 63g/ 트랜스지방 0g/ 오메가-3 지방산 약 9g/ 비타민 E 17mg

 

◆병 걸리게 하고, 고쳐주기도 하는 식습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올리브를 처음 압착해서 짠 기름이고, 화학적 처리나 고온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품질이 좋다. 게다가 풍부한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과 비타민 E가 풍부해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고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오메가-3 지방산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카놀라유도 콜레스테롤이 없어 심장 건강에 좋다.

 

병종구입 약종구입(病從口入 藥從口入)’이란 한자 숙어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잘못된 식습관이 병을 일으키고 올바른 식습관은 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

 

우리는 먹는 것으로 병에 걸리고, 또한 먹는 것으로 병을 고친다. 평소 양념을 최대한 깔끔하게 해서 먹으면 큰 병 걱정할 필요 없다. 맛은 곧 적응되고, 그렇다고 최소 양념한 음식들이 맛이 없는 게 아니다. 담백하고 깨끗하다. 그렇게 먹다 보면 밖에서 양념을 많이 한 음식에 거부감이 들도 못 먹는 경우도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