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9. 18:08ㆍ인간관계
오늘은 운이 별로 없는 날
보고 싶지 않은 사람, 건물 앞에서 딱 만났으니!
▃▃▃
“아이고, 오래간만이에요. 요즘 왜 그렇게 뜸해요?”
“네~ 뭐 하는 일도 없이 바쁘네요.”
“사무실 올라가서 커피 한잔해요.”
“괜찮아요. 커피 마셨어요.”
“모처럼 만났는데… 그리고 좀 있다가 …A 대표가 점심 산다고 오기로 했는데,
소개해 줄 테니까 인사하고, 같이 점심 먹어요.”
K하고 얘기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무리 중 또 K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아는 사람이 한 명 끼어 있었다. K는 그들이 다가오기 전에 잽싸게 말했다.
“그리고, 참!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고 깜박하고 지갑을 안 가져왔는데, 10만 원만 좀 빌려줘요. 내일 줄게요.”
“저도 지금 현금이 없어요.”
“저기 은행 있잖아요? 국민, 신한, 농협, 우리 은행 다 있으니까, 꼭 좀 부탁해요.”
“지난번에도 빌려줬잖아요?”
“그거까지 해서 내일 줄게요. 내일 확실하게 입금될 곳이 있거든! 걱정하지 말아요.”
바로 옆에 신한은행이 딱 버티고 있었다. C는 거절도 못 하고 그 자리에서 10만 원을 빌려주게 되었다. K는 오피스텔에 그럴듯한, 이름도 꽤 점잖은 회사를 차려놓고 사무실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실제 본업은 하지 않고 엉뚱한 일을 한다. 그 엉뚱한 일이란 대출을 비롯해 부동산 매매, 온갖 잡동사니 커미션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무실은 ‘도떼기’ 시장처럼 사람들이 끊임없이 왕래한다.
오늘 또 당하는구나!
직원이 한 명도 없다. 월급 줄 돈이 없기 때문이다. 월세도 1년 넘게 밀려서 못 내고, 관리비도 기본 3달 넘게 밀리다가 전기 끊는다고 하면 겨우 낼 정도다. 사무실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K는 거짓말의 달인, 말 만들어내기 달인이 되었다. 유명 인사들하고 가깝다고 말하니, 사람들이 쏙하고 넘어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몇 번 당하기 전까지 설마 설마 하면서 밥도 사주고 돈도 빌려준다. 그러다가 당했구나 싶으면, 빌려준 돈 받으려고 가끔 전화하다가 포기한다.
“오늘 입금해 준다고 했는데, 아직 입금이 안 됐어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약속을 안 지키는지 모르겠네. 저녁때라고 입금되면 통장에 넣어 줄게요.”
이 말은 매번 K가 자동으로 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고, 빌려준 돈 달라고 하면 또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그래서 한번 돈 빌려주면 고소해서 받기 전에는 받을 길이 없다.
돈을 빌리는 액수도 크지가 않아서 달라고 자꾸 독촉하기도 참 애매하다. 그가 주로 빌리는 액수는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다. 사회에서 안 사람들에게는 큰돈을 안 빌린다. 대신 몇백씩 하는 돈은 친구들한테 빌린다. 돈은 사람을 정말 치사하고 교활하게 만든다. C도 K의 사무실에 매번 가는 것이 아니어서 10만 원 빌려준 거 언제 받을지 모른다. 그냥 뺏긴 거로 생각하면 속 편하다.
사업한다고 멀쩡하게 양복 입고 다니면서 커미션 작업하는 사람들 보면, 주머니에 돈 몇 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10만 원도 없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점심 못 먹는 사람도 꽤 있다. 그래서 누구 한 사람, 밥 사고 커피 살만한 능력이 보이면 우르르 몰려든다.
▃▃▃
그런 사람인 줄 알면서 왜 계속 만나나요?
말에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인맥을 보면 제법 잘나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데 그 잘나가는 사람들이 K가 그런 수법으로 살고 있는 줄은 자세하게 모른다. 더 중요한 것은 K가 거짓말도 잘하지만, 없는 말도 잘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런 것이 두려워 단번에 끊어버리기도 힘들다.
그리고 껄끄러운 일이 생기면 그의 인맥을 타고 알아봐야 할 일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맥 장사하면서 사는 거다. 그의 속성을 아는 사람들은 점심도 사주고 용돈도 몇십만 원씩 주고, 또 일이 해결되면 몇백씩 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인맥 연결해 주는 것도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장사다. 그리고 그런 커미션은 매우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커미션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마음이 상하는 건 둘째고, 분노로 눈이 뒤집혀서 자신에게 피해가 올지라도 상대방이 법적 처분을 받게 하기 위해 ‘펑’ 터트리는 경우가 있다.
K의 ‘주무기’는 같이 있을 때는 띄워주고, 사무실에서 누군가 나가면, 그 사람에 대한 험담에, 없는 말까지 만들어 떠들어 대는 거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달라붙게 만든다. 물론 사무실에서 먼저 떠난 사람은 당시는 몰라도 세월이 흐른 후, 황당한 ‘험담’과 ‘만들어진 말’을 듣고 기겁한다. K와 같이 있던 사람들은 설마설마하면서 사실인지 의아스럽게 생각하다가, 나중에 시간이 가면서 K가 온갖 험담을 비롯해 없는 말까지 만들어낸다는 걸 알게 되고, 인간관계를 정리한다.
전해 들은 솔깃한 말들, 반드시 본인에게 확인해 봐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부적절한 말을 듣고 상대방을 평가하면 안 된다. 항상 상대방에게 확인해 봐야 실수하지 않는다. 생각이 잘못된 사람들은 온갖 거짓말을 만들어 특정인을 험담하면서 상대방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유대감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리면서 자신의 존재를 높이고자 한다.
K가 주로 사용하는 ‘말 만들기 수법’은 유부남인 경우 불륜녀가 있다고 하고, 유부녀인 경우 불륜남이 있다고 하면서 사람들을 솔깃하게 만들면서 자신과의 유대관계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그러니 같이 만났던 사람들이 나중에 행사장에서 얼굴을 보면 서로 경계하는 이유가, 엉뚱하게 만들어진 말 때문이다. 누가 부적절하게 연애 짓이나 하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겠는가. 그런 사람들이 옆에 있는 것만도 불쾌한 일이다. 세상 참 요지경이고, 살아가는 방법도 갖가지다.
사업하려면 어느 정도 거짓말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K를 두둔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K가 거짓말의 달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없는 말까지 만들어낸다고는 정말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K와 친분이 있던 사람 중 Y라는 사람이 3년 만에 L에게 전화하면서 탄로가 났다. L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냐?”고 하니까 “K가 말하길 L이 한때 자신의 애인이었다고 해서, 그렇고 그런 사람인가 싶어서 연락을 안 했다”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솔깃한 거짓말과 아무 말이나 만들어내는, 못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남들에게 들이댄 도끼는 언젠가 반드시 자기 발등을 찍게 된다. 그렇게 K의 거짓말과 말 만들기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곁을 떠난다. 그래서 K는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면서 가식적인 삶을 이어가야 한다. 몇 년 전 보니까 사람이 완전히 골아서 동태처럼 보이던데,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참 안쓰러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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